1127~1132년 사이, 송나라와 금나라가 맞붙었던 덕안(德安) 공방전에서 수성 측은 당시로서는 전례 없는 무기를 사용했습니다.
《수성록(守城錄)》에는 “대나무 관 끝에 화약을 채워 불을 붙이고, 불꽃과 쇳조각을 적에게 쏘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 장치는 창과 유사한 형태에 화약 관을 부착해, 폭발의 힘으로 짧은 거리의 적을 제압하는 구조였다고 합니다.
후대 연구자들은 이것을 세계 최초의 화약무기로 평가하죠.
그렇다면, 이 무기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요?
🔥 화약의 기원
화약은 중국 당나라(618~907) 시기에 도교 연금술 실험 속에서 처음 등장했어요. 당시 연금술사들은 장생불사의 약을 만들고자 여러 성분을 섞어 실험했는데, 그 과정에서 질산칼륨(초석), 황, 목탄을 함께 넣었을 때 예상치 못한 강렬한 불꽃과 열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9세기 무렵의 도교 문헌에는 이미 이러한 혼합물의 특성과 반응이 언급되어 있었어요. 처음에는 불꽃놀이나 의학적 연금술 실험에 사용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이 물질이 지닌 강력한 에너지를 전쟁이나 신호 체계 등 새로운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게 됩니다.
북송(960~1127) 시기에 이르러 화약은 군사 기술로 본격적으로 체계화되기 시작했어요. 특히 1044년에 편찬된 군사서 《무경총요(武經總要)》에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화약 관련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초석 6할, 황 2할, 목탄 1할의 비율을 언급하며, 이러한 정량화된 기술 문헌이 훗날 세계 최초 화약무기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고 평가됩니다.
⚔️ 세계 최초 화약무기, ‘화창(火槍)’의 등장
불화살(화전, 火箭) 같은 무기는 화약을 발화 장치로 활용한 초기 사례였어요. 다만 이것들은 활과 화살의 보조장치 성격이 강해서, 화약 자체를 핵심 원리로 삼는 독립된 무기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세계 최초 화약무기로 꼽히는 건 바로 화창(火槍)입니다. 화창은 긴 창의 끝부분에 대나무나 금속 관을 결합하고 그 안에 화약을 넣어 점화하여 사용했어요. 화약의 급격한 연소로 불꽃과 연기, 뜨거운 가스와 금속 파편이 분출되어 근접한 적을 제압하는 효과를 냈다고 전해집니다.
화창의 실전 기록은 1127~1132년 송나라와 금나라가 맞붙은 덕안 공방전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수성록(守城錄)》에 따르면, 수성군이 화창을 사용해 성을 공격하는 적에게 불과 쇳조각을 쏟아부었다고 전합니다.
즉, 화창은 단순한 불꽃무기가 아니라 “폭발 압력으로 적을 공격하는 최초의 근접 살상 무기”였어요.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화창을 현대 총기의 직계 조상으로 평가합니다.

💣 손총과 진천뢰의 등장
화창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더 단단한 금속 관을 사용하게 됐어요. 그렇게 되자 병사들은 불꽃보다는 폭발 압력이 훨씬 더 무섭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이때부터 화창은 단순히 불길을 내뿜는 무기에서, 탄환을 발사하는 총기로 진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무기가 바로 손총(hand cannon)이에요. 짧은 금속 관 안에 화약을 넣어 발사체를 밀어내는 구조였는데, 원리만 보면 지금의 총기와 거의 비슷했죠. 특히 1288년경 제작된 ‘흑룡강 손총’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실물 화기로, ‘총기의 시작’을 보여주는 귀한 유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기에 또 하나 주목할 무기가 있었는데, 바로 진천뢰(震天雷, Thunder Crash Bomb)예요. 쇠껍질 안에 화약을 넣고 도화선으로 터뜨리는 구조였는데, 원리적으로는 현대 수류탄의 초기 형태로 평가됩니다. 1232년 개봉(開封) 공성전에서는 성벽 위에서 이 폭탄을 던져 공성 병력을 산산이 무너뜨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즉, 12~13세기를 거치며 화약무기는 화창 → 손총 → 폭탄으로 빠르게 발전하며 전쟁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린 거예요.
📜 정리
화약은 중국 당나라 9세기에 태어나, 북송 1044년 《무경총요》에서 정식 조성법이 기록되었고, 남송–금 전쟁(1132년)에서 화창이 최초로 전장에 등장했어요. 이후 손총과 진천뢰 같은 무기로 발전하면서, 인류는 더 이상 활과 창의 시대에 머물 수 없게 되었죠.
특히 화창(火槍)이라는 이름은 “불을 뿜는 창”이라는 직관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전쟁사적으로는 “세계 최초의 총기”라는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세계 최초의 화약무기는 중국 송나라 시대의 화창(火槍)이었고, 그 순간이 바로 인류 전쟁사의 큰 전환점이었어요. 불꽃의 공포가 압력의 무기로 바뀌던 순간, 새로운 전쟁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 9세기(당): 화약의 기원. 중국에서 발명, 연회·신호·연금술 문맥에서 먼저 기록됐어요.
- 1044년(송): 무경총요에 최초의 정식 화약 조성과 대량 제조법, 불화살 운용이 등장했어요.
- 1127~1132년: 덕안 공방전 등에서 화창의 실전 사용이 확인됐습니다.
- 1230년대: 진천뢰(철제 폭탄)가 공성전에서 위력을 보여요.
- 1288년 이전: 흑룡강 손총 — 가장 오래된 실물 총기이며, 화창에서 손총으로 이어지며 ‘총기’ 시대가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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