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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할로윈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할로윈의 역사

by 호두와피칸 2025. 9. 29.

 

10월의 마지막 날이 되면 거리는 호박등과 코스튬으로 가득해집니다. 아이들은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며 집집마다 뛰어다니고, 어른들도 파티와 퍼레이드로 함께 즐기죠. 그런데 이 익숙한 풍경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요? 단순한 미국식 축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어요.

 


 

🎃 사윈(Samhain), 겨울의 문턱에서

 

할로윈의 기원은 고대 켈트인들의 축제 ‘사윈(Samhain)’이에요. 켈트인들은 오늘날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맨섬 지역에 살았는데, 그들에게 10월 31일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곧 한 해의 끝이자 겨울의 시작이었거든요.

 

그들은 이 시기에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흐려진다고 믿었어요. 조상들의 영혼이 집으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나쁜 영혼이나 요정 같은 존재들도 함께 나타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사람들은 커다란 모닥불을 피워 악한 기운을 막고, 가면을 쓰거나 옷차림을 바꿔 영혼들을 헷갈리게 했습니다.

 

사윈에서의 가면·변장 풍습은 현대 할로윈 코스튬 문화의 뿌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오늘날의 코스튬은 중세 ‘가이징’ 같은 여러 전통이 합쳐져 발전했어요

 


 

⛪ All Hallows’ Eve

 

시간이 흐르면서 유럽에 기독교가 퍼졌고, 교회는 지역의 전통을 달력 속으로 흡수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켈트인의 사윈(Samhain) 축제와 기독교의 만성절은 본래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지만, 교회가 같은 시기에 축일을 배치하면서 두 전통은 겹치게 되었죠. 9세기 교황 그레고리우스 4세는 11월 1일을 모든 성인을 기리는 날(All Saints’ Day, 만성절)로 정했습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그 전날 밤인 10월 31일은 All Hallows’ Eve라 불리게 되었죠. 여기서 Hallow는 ‘거룩한 사람, 성인’을 뜻하고, Eve는 ‘전날 밤’을 뜻하기 때문에, All Hallows’ Eve는 곧 “모든 성인의 날 전야”라는 의미예요. 이 말이 줄어들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Halloween이 된 거예요.

 

중세 유럽에서는 이 무렵에 독특한 풍습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죽은 이를 위한 기도를 해주겠다고 말하고 음식을 받는 ‘소울링(souling)’, 또 아이들이 가면을 쓰고 시를 읊으며 다니는 ‘가이징(guising)’이라는 전통이 대표적이에요. 지금의 “트릭 오어 트릿”과 비슷하죠.

 

이렇게 할로윈은 켈트 전통에 기독교의 전야제와 중세의 민속 풍습이 덧붙여지며 지금 우리가 아는 모습으로 변해 갔습니다.


 

🗽 이민과 함께 미국으로

 

할로윈이 지금 같은 대중적인 축제가 된 건 19세기 미국에서예요. 특히 아일랜드 대기근(1845~1849)으로 많은 이민자가 미국으로 건너왔고, 그들이 고향의 전통을 함께 가져왔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는데, 바로 잭오랜턴(Jack-o’-lantern)이에요. 원래 유럽에서는 순무나 사탕무를 파내 등불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크고 쉽게 파낼 수 있는 호박이 있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호박등이 자리잡았고, 지금은 할로윈의 상징이 되었어요.

 

또, 신문과 학교, 자선단체 등이 할로윈을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가족 행사로 재구성했어요. 지역 퍼레이드, 파티, 공동체 이벤트가 열리면서 할로윈은 더 이상 특정 민족의 풍습이 아니라 미국 사회 전체가 즐기는 축제로 자리잡게 되었죠.

 


 

할로윈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할로윈의 역사할로윈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할로윈의 역사

 

🍬 트릭 오어 트릿, 달콤한 변신

 

20세기 들어서 할로윈은 우리가 아는 모습으로 완전히 바뀌었어요. 1920~30년대에 북미 전역으로 퍼진 것이 바로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에요.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며 “사탕을 안 주면 장난칠 거야!”라고 말하는 풍습이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설탕 배급제가 풀리자 사탕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할로윈은 사탕을 나누는 날로 굳어졌고, 상업적 색채가 강해졌습니다. 여기에 영화, 만화, TV 프로그램들이 더해지면서 코스튬 문화와 파티 문화도 크게 확산되었어요.

 

21세기 들어서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한국에서도 놀이공원이나 번화가에서 할로윈을 즐길 수 있고, 일본, 유럽, 남미 등지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찾아볼 수 있죠. 이제 할로윈은 글로벌 문화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마무리하며

 

이처럼 할로윈의 역사는 단순한 사탕 축제가 아니에요. 고대 켈트인의 사윈에서 시작해, 기독교의 만성절과 중세 풍습을 거쳐, 아일랜드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와 오늘날의 세계적인 행사로 자리잡았어요.

 

전통은 고정된 게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이동하고 변하며 살아간다는 것. 모닥불과 가면에서 시작된 의식이, 지금은 사탕과 코스튬 파티로 변했다는 사실이 너무 흥미롭지 않나요?

 

올해 할로윈에 호박등을 밝힌다면, 그 빛 속에 담긴 수천 년의 이야기도 함께 떠올려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