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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2008 금융위기와 리먼 브라더스 파산

by 호두와피칸 2025. 9. 15.

2008 금융위기와 리먼 브라더스 파산

 

2008년 금융위기의 불씨는 미국 주택시장 거품에서 시작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은 금리를 낮춰 돈 빌리기가 쉬워졌고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믿음이 퍼졌어요. 은행들은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쉽게 대출을 내줬습니다. 이런 위험한 대출을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라고 부릅니다. 당시에는 소득이 없어도(No Income), 직업이 없어도(No Job), 자산이 없어도(No Asset) 대출을 해줬다는 뜻에서 ‘닌자론(NINJA Loan)’이라는 별칭까지 붙었을 정도였죠.

 

은행들은 대출을 내준 뒤 돈을 바로 확보하기 위해, 이 대출들을 묶어 채권(증권)으로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넘겼습니다. 이렇게 하면 은행은 대출금을 장기간 기다리지 않고도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었죠. 이게 바로 MBS(주택담보부 증권)CDO(부채담보부증권)예요. 쉽게 말하면, “집값은 오르니까 괜찮아”라는 믿음 하나로 위험한 대출을 포장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팔았던 거죠.

 

문제는 집값이 영원히 오르지 않는다는 데 있었습니다. 2006년을 정점으로 집값이 떨어지자,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Underwater Mortgage)’이 늘어났고, 대출을 담보로 만든 MBS와 CDO 같은 금융상품도 직격탄을 맞으면서 증권 가격이 곤두박질쳤습니다. 결국 “대출 부실 → 증권 가치 하락 → 은행과 투자자 손실”이라는 연쇄 반응이 시작됐습니다. 마치 기초가 약한 블록 위에 탑을 쌓다가 한 블록이 무너지자 전체가 무너져버린 꼴이었어요.

 

2008 금융위기와 리먼 브라더스 파산

 


 

🏦 리먼 브라더스 파산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결국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당시 리먼의 자산은 약 6,390억 달러, 부채는 6,130억 달러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기업 파산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2008 금융위기”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 있어요.

리먼 브라더스가 왜 파산했을까요?

  • 첫째, 서브프라임 대출에 과도하게 투자한 탓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 둘째, 다른 투자은행과 달리 정부의 직접적인 구제를 받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리먼을 구제할 경우 생길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들이 위험한 대출을 무분별하게 늘려도 “망하면 세금으로 살려줄 테니 괜찮아”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었죠. 이런 예시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정부는 결국 리먼을 구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특히 리먼 파산은 “정부가 모든 대형 금융회사를 구제해주지는 않는다”는 신호를 시장에 던지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공포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결국 리먼은 무너졌고, 충격은 곧바로 전 세계로 번졌습니다. 리먼이 발행한 채권을 갖고 있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고, 심지어 안전자산이라 여겨지던 머니마켓펀드마저 흔들렸습니다. 평소라면 은행에 맡긴 돈처럼 안정적이어야 할 투자처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하자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재미있는 건 바로 다음 날, 세계 최대 보험사 중 하나였던 AIG는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AIG는 수많은 금융기관과 복잡하게 얽혀 있었기에 “AIG가 무너지면 세계 금융 전체가 멈출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부가 개입했습니다. 반면 리먼은 “차라리 정리하자”는 결정 아래 파산을 맞이했습니다. 이 차이는 지금까지도 논쟁거리입니다.

 


 

🌍 세계 경제로 번진 충격

 

리먼 파산은 단순히 한 은행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세계 곳곳으로 퍼져 있던 리먼 관련 자산, 그리고 미국발 금융상품에 투자했던 은행과 펀드들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됐습니다.

  •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았고,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습니다.
  • 세계 경제는 2009년에 PPP 기준으로 0%에 가까운 수준(–0.1%에서 –0.5% 사이 추정)에 머물렀고, 선진국은 약 –3.4% 급락했습니다.
  • 유럽과 아시아의 은행들도 줄줄이 흔들리며 “금융기관이 서로 돈을 빌려주지 않는 상황(신용경색)”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곳곳에서는 집을 잃고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늘어났고, 동네마다 ‘포클로저(Foreclosure, 압류)’ 표시가 붙은 집들이 줄지어 등장했습니다. 위기는 숫자뿐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 자체를 뒤흔드는 사건이었던 거죠.

 

이에 대응해 미국 정부는 TARP(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이라는 초대형 구제책을 마련했습니다. 규모는 무려 7,000억 달러. 쉽게 말해 “은행에 돈을 넣어주어 무너지는 걸 막겠다”는 긴급처방이었습니다.

 

또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양적완화(QE)라는 정책을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국채나 주택담보증권을 대규모로 사들이며 시장에 돈을 풀어, 얼어붙은 금융을 녹이려 했습니다. 양적완화는 단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한 ‘마법 같은 해법’은 아니었지만 금융시장에 대규모로 돈을 풀어 위기를 완화한 첫 사례였고, 이후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경제가 크게 흔들릴 때 꺼내 드는 대표적인 정책 수단이 되었습니다. 즉, 성공·실패를 떠나 “위기 시에는 이렇게 대응할 수 있다”는 새로운 무기를 마련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 2008 이후 세계 경제의 변화

 

2008년 금융위기는 단순히 한 시대의 위기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후 세계 경제의 방향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위기 이후의 10년은 ‘금융위기 이후의 시대(Post-crisis Era)’라고 불릴 정도로 전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들었죠.

1. 초저금리와 양적완화의 시대

미국 연준이 위기 직후 시작한 양적완화(QE)는 당시에는 매우 실험적인 정책이었습니다. 국채와 주택담보부 증권을 대규모로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이었는데, 효과가 나타나자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모두 같은 방법을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초저금리 시대가 길게 이어졌고, 주식·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은 막대한 유동성에 힘입어 장기간 상승세를 탔습니다.

2. 유럽 재정위기의 촉발

위기의 충격은 미국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금융 불안이 유럽으로 번지면서, 재정이 취약했던 남유럽 국가들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리스가 심각한 재정적자와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2010년부터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됐습니다. 그리스뿐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까지 금융시장의 의심을 받았고, 유럽연합 내부에서는 긴축 정책과 구제금융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3. 신흥국과 중국의 부상

미국과 유럽이 회복에 더딘 모습을 보이는 동안, 중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은행 대출 확대에 나섰고, 이는 글로벌 원자재 시장과 신흥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이 시기 신흥국으로 자본 유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세계 경제의 무게 중심이 점차 서구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4. 글로벌 투자 환경의 변화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보다 안전을 우선시하며, 투자 결정을 훨씬 더 신중하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 개인과 기관 모두 안전자산(달러, 국채, 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 동시에 저비용으로 분산투자할 수 있는 ETF와 인덱스 펀드가 크게 확산되며, 투자 방식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 시스템은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변했지만, 규제 밖에 있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 빠르게 성장하며 새로운 잠재 위험 요인이 되었습니다.

 


✍️ 마무리

2008년 금융위기와 리먼 브라더스 파산은 단순히 한 은행의 몰락이 아니라, 세계 경제 질서를 뒤흔든 역사적 전환점이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라는 작은 불씨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진 과정은, 자산 거품과 과도한 부채가 얼마나 큰 파국을 부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사건 이후 세계는 초저금리와 양적완화의 시대에 들어섰고, 유럽 재정위기와 신흥국의 부상, 투자 문화의 변화까지 이어졌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 환경은 사실상 2008년 이후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금융위기는 언제나 “끝난 사건”처럼 보이지만, 그 파장은 오래 남습니다. 오늘날에도 경기 침체와 금융 불안 얘기가 나올 때마다 2008년 위기가 다시 소환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는 이유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