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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버터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버터의 역사

by 호두와피칸 2025. 9. 18.

버터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우유를 흔들면 하얀 액체가 노랗고 고소한 버터로 바뀝니다. 오늘날 우리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음식은 사실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언제부터 버터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을까요?

 

버터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버터의 역사

 

 

🐄 사람들은 어떻게 버터를 발견했을까요?

 

버터의 기원은 고대 낙농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흔히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가죽 부대에 담긴 우유가 이동 중 흔들리면서 지방이 분리되어 버터가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이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일 뿐 확실히 입증된 사실은 아닙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기록에는 이미 유제품 가공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 유제품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버터와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지요. 당시에는 발효 크림이나 지방을 모아 만든 여러 형태의 유제품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인도에서는 오래전부터 기(Ghee, 정제 버터)가 중요한 식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는 수분과 유청을 제거해 보존성이 높았기 때문에 더운 기후에서도 오래 저장할 수 있었고,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제사 의식이나 약재, 피부 보습 등에도 활용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고대 유럽인들도 일찍이 버터를 알았지만, 지중해 지역은 올리브 오일이 풍부했기 때문에 식용으로는 주로 오일을 사용하고 버터는 피부용이나 약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북유럽은 추운 기후로 올리브가 자라지 않았고, 낙농업이 발달하면서 버터가 중요한 지방 공급원이 되었지요. 실제로 사람들은 빵에 발라 먹거나 죽에 넣어 열량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버터를 활용했습니다. 이렇게 환경과 생활 방식에 따라 버터의 쓰임새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중세 유럽의 버터 문화

 

중세 유럽에 들어서면서 버터는 점점 대중화되었어요. 하지만 당시 유럽 사회에서 버터는 계층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졌답니다. 농민들도 집에서 직접 버터를 만들어 먹었지만, 주로 품질이 낮고 쉽게 상하는 버터였어요. 값싼 열량 보충원으로 빵에 발라 먹거나 죽에 넣어 먹는 정도였지요. 반대로 귀족이나 수도원에서는 잘 발효된 버터나 소금을 듬뿍 넣어 보존성을 높인 고급 버터를 사용했어요. 같은 버터라 해도 계층에 따라 맛과 품질이 달랐던 것이지요.

 

종교적인 규율도 버터 소비를 크게 좌우했답니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단식일에 고기뿐만 아니라 지방 섭취까지 제한했는데, 이 때문에 버터 사용이 문제가 되곤 했지요. 하지만 북유럽처럼 올리브 오일이 귀한 지역에서는 예외적으로 버터 사용을 허락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또 몇몇 지역에서는 버터를 먹으려면 교회에 일종의 ‘버터 세금’을 내야 했다고 전해집니다. 프랑스 루앙 대성당에는 ‘버터 탑(Butter Tower)’ 전설이 전해지는데, 신도들이 단식일에 버터를 먹을 수 있도록 허가받기 위해 헌금을 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흥미로운 지역 전승이지, 확실한 역사적 사실로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이 시기에는 지역마다 개성 있는 버터가 발전했습니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서는 젖산균 발효로 만든 버터가 특히 유명했어요. 냉장이 불가능하던 당시에는 크림을 하루이틀 두면 자연스럽게 발효가 일어나 약간 시큼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더해졌습니다. 이렇게 발효된 크림을 휘저어 만든 것이 바로 노르망디 특유의 발효버터였지요. 서늘한 해양성 기후 덕분에 발효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고, 이런 조건이 독특한 지역 풍미를 만들어주었습니다.

 

한편 아일랜드와 덴마크에서는 가염버터(salted butter)가 발달했습니다. 아일랜드에서는 오래전부터 버터를 소금에 절여 저장하는 문화가 있었고, 17세기 이후 해상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가염버터가 중요한 수출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더 이른 시기부터도 북유럽 여러 지역에서 버터가 교역품으로 쓰였다고 해요. 버터는 시간이 지나면 쉽게 산패되지만, 소금을 넣으면 세균 번식을 막아 오래 보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장거리 운송과 무역에 적합했습니다. 이로써 아일랜드와 덴마크의 가염버터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중요한 교역품이자 수출 산업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 산업혁명과 마가린의 등장

 

19세기 산업혁명은 버터의 역사를 크게 바꿔놓았어요. 1878년 구스타프 드 라발의 원심분리식 크림 분리기, 1860년대 파스퇴르의 열처리 연구 같은 기술이 등장하면서 생산이 위생적이고 안정적으로 변했습니다. 19세기 후반 냉장 철도차량과 유통망의 발달은 버터를 먼 지역까지 신선하게 운반할 수 있게 했고, 덕분에 유럽 전역과 신대륙으로 소비가 빠르게 퍼졌지요.

 

이 무렵 마가린이 등장했습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는 군인들과 서민들이 먹을 수 있는 값싼 지방 대체품을 찾으라는 공모전을 열었는데, 여기서 화학자 이폴리트 무리에(Hippolyte Mège-Mouriès)가 소의 지방을 정제해 우유와 섞은 새로운 유지, 즉 마가린을 발명했어요. 처음에는 군용 식량과 서민용 대체품으로 쓰였고, 이후 식물성 기름을 활용하면서 오늘날의 마가린으로 발전했답니다.

 

마가린은 곧바로 버터 시장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어요. 값이 저렴하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버터 생산자들의 반발도 컸지요. 그래서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마가린 법(Oleo Laws)’을 제정해, 마가린에 노란 색소를 넣는 것을 금지하고 흰색만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가린의 건강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특히 20세기 중반까지 사용된 부분 경화 식물성 기름에는 인체에 해로운 트랜스지방이 많이 들어 있었답니다. 이 때문에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마가린은 한동안 ‘몸에 해로운 대체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요. 최근에는 트랜스지방을 줄인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버터와는 다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 오늘 우리는 어떻게 버터를 즐기고 있을까요?

 

오늘날 버터는 단순히 빵에 발라 먹는 것을 넘어, 수많은 요리에 쓰이고 있어요. 발효버터는 깊고 고소한 맛을 내고, 스위트크림 버터는 깔끔한 풍미를 줍니다. 가염버터는 오래 보관하기 좋고, 무염버터는 제과·제빵에서 많이 쓰이지요. 또 인도의 기(Ghee)는 높은 온도에서도 타지 않아 카레나 볶음 요리에 활용되고 있어요.

 

버터는 요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요. 스테이크를 구울 때 마지막에 한 조각 얹으면 고소한 향과 윤기가 더해지고, 소스에는 버터가 들어가야 부드럽게 유화가 된답니다. 쿠키나 페이스트리 반죽에도 버터가 들어가야 특유의 바삭함과 풍미가 살아나지요.

 

영양학적으로 보면 버터는 포화지방이 많아 과다 섭취 시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어요.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버터 섭취가 대체로 ‘중립적’이며, 적당히 먹는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트랜스지방이 많은 가공유지보다는 순수 버터가 더 낫다는 연구도 있지요. 중요한 건 적당히 즐기는 거예요.

 

 


 

마무리 🌿

 

버터는 수천 년 전 유목민의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해, 중세 유럽의 종교와 사회를 거쳐, 산업혁명과 세계화를 지나 오늘날 우리 식탁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내일 아침 토스트 위에 올리는 작은 버터 한 조각 속에는 인류의 긴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는 셈이지요. 고소한 맛을 즐기면서, 그 뒤에 숨은 이야기도 함께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