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아침·점심·저녁 세 끼를 먹는 게 당연하지만,
조선시대 하루 식단을 살펴보면 지금과는 다른 점이 많습니다.
당시 조선시대 음식은 먹는 시간, 음식 구성, 끼니 수까지… 모두 신분·직업·계절에 따라 달라졌죠.
『승정원일기』(조선 왕실의 공식 기록)와 『규합총서』(조선 후기 여성들의 생활서)에는 당시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이 꽤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선 사람들의 하루 식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 조선시대 아침 식단 — 서민과 양반의 차이
조선시대의 아침은 하루 노동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특히 농민, 상인처럼 힘쓰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아침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끼니였죠.
- 서민층 아침
서민층의 아침 식단은 쌀보다 보리·조·수수 같은 잡곡이 기본이었고, 쌀은 아주 귀해 명절이나 제사 때나 먹었습니다.
국은 된장국, 무국, 냉이국처럼 계절 재료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반찬은 김치, 데친 나물, 장아찌가 전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간은 주로 집에서 만든 된장·간장·소금으로 맞췄습니다. 소금은 귀했기 때문에 염전이 있는 지역에서는 값이 저렴했지만, 내륙 지방에서는 운반비 때문에 비쌌습니다. - 양반층 아침
양반층의 아침 식단은 쌀밥이 기본이었고, 국물은 곰탕·사골국·닭국처럼 진하게 우린 요리가 많았습니다.
반찬도 조기구이, 젓갈, 각종 나물, 장아찌 등 다채로웠죠. 젓갈은 소금과 생선을 숙성시킨 대표 조미료 겸 반찬이었는데, 단백질 보충에도 좋았습니다.
달콤한 맛을 낼 때는 설탕 대신 꿀이나 엿을 썼습니다. 엿은 보통 엿기름으로 집에서 만들었습니다. 설탕은 수입품이어서 매우 비싸, 왕실이나 최고위 양반가에서만 쓰였습니다.
☀️ 조선시대 점심 — 도시락 문화와 먹거리
점심은 말 그대로 “들고 다니는 밥상”이었습니다.
농민은 논밭에서, 상인은 장터에서 점심을 해결했죠.
집에 돌아와서 먹는 경우는 드물었고, 대부분 아침에 도시락을 준비했습니다.
- 농민 점심
보리밥이나 주먹밥을 김에 싸거나, 소금·된장만 곁들여 먹었습니다.
절인 오이·무, 말린 나물무침이 많았고, 특별한 날엔 삶은 달걀, 말린 고기(포)가 더해졌습니다.
단맛이 필요하면 집에서 만든 엿이나 말린 대추, 곶감을 간식처럼 먹었습니다. - 양반 점심
집에서 죽이나 국수를 먹는 경우가 많았고, 찜요리·나물·장아찌로 간단히 차렸습니다.
손님이 있으면 전이나 생선찜, 편육 같은 요리가 올랐죠.
차나 음료로는 보리차, 구기자차, 대추차, 매실청을 타서 만든 음료를 마셨습니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임금의 점심 수라상에는 쌀밥, 맑은 국, 생선, 전, 나물, 장아찌 등 10여 가지 반찬이 차려졌습니다. 하지만 임금이 이를 전부 먹는 건 아니었고, 의례와 격식의 의미가 컸습니다.
🌙 조선시대 저녁 — 가족이 모인 밥상
저녁은 가족이 함께 모여 먹는 시간입니다.
농사일이나 장사를 끝내고 집에서 여유롭게 차린 밥상을 둘러앉았습니다.
- 서민층 저녁
잡곡밥에 된장찌개, 김치, 나물 반찬이 기본. 여름엔 열무김치, 오이지무침, 겨울엔 묵은 김치, 장아찌를 곁들였습니다.
고기 반찬은 제사 후 남은 음식이나 명절 음식이 있을 때만 맛볼 수 있었습니다.
후식으로는 떡이나 삶은 고구마, 군밤, 식혜 같은 간단한 간식을 먹었습니다. 식혜는 엿기름으로 쌀을 삭혀 만든 전통 단음료로, 잔치나 명절에 특히 인기였죠. - 양반층 저녁
고기와 생선, 전, 탕, 회무침 같은 다양한 반찬이 나왔습니다.
술자리를 겸하는 경우도 많아 안주로 어탕, 전유어(생선전), 육전 등이 인기였죠. 『규합총서』에는 이런 안주 조리법이 아주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양반가 후식에는 꿀과 깨를 묻힌 약과, 다식(차와 함께 먹는 곡물·꿀 반죽 과자), 강정 같은 고급 과자가 자주 등장했습니다.
🏯 신분별 조선시대 밥상 — 왕실·양반·서민·노비
조선시대 음식은 곧 신분의 거울이었습니다.
같은 하루라도 왕실·양반·서민·노비가 먹는 밥상은 완전히 달랐죠.
- 왕실
- 하루 세 번 수라상.
- 각 끼니마다 10~12첩의 반찬. 꿩고기, 전복, 조기, 장아찌, 꿀단지 등 귀한 재료 사용.
- 설탕, 계피, 후추 등 수입 향신료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 양반
- 쌀밥과 고기, 생선이 기본.
- 조미료로 소금, 된장, 간장, 꿀, 엿기름을 사용.
- 후식으로 약과, 다식, 떡, 식혜, 곶감, 엿 등을 즐김.
- 중인·서민
- 잡곡밥, 된장국, 김치, 나물 위주.
- 소금·된장·간장이 주요 조미료. 설탕 대신 꿀·엿 사용.
- 간식은 떡, 고구마, 곶감, 말린 대추 등.
- 노비·하층민
- 하루 두 끼가 일반적.
- 보리·조밥, 소금, 된장, 김치로 끼니 해결.
- 간식은 거의 없고, 먹을 수 있다면 고구마·감자·밤이 전부.
🌿 계절과 특별한 날의 식단
조선시대 식단은 계절에 따라 변화가 뚜렷했습니다.
- 봄: 냉이, 달래, 씀바귀 같은 나물이 풍성.
- 여름: 오이미역국, 물김치, 열무김치로 더위 해소.
- 가을: 햅쌀밥, 송편, 밤·대추·밤단자 등.
- 겨울: 묵은 김치, 장아찌, 건어물, 말린 나물.
명절·제사·혼례 같은 큰 행사에는 고기, 전, 떡, 한과, 식혜, 수정과(계피·생강 달임 음료)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 기록으로 본 조선시대 음식 문화
- 『규합총서』: 조선 후기 여성 생활 지침서로, 계절별 식재료와 보관법, 상차림 예법, 음식 조리법이 상세히 나옵니다.
- 『승정원일기』: 왕실의 공식 일지로, 임금과 궁중의 식단·의례 음식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 오늘날과 비교
지금은 소금·설탕이 흔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소금이 귀한 지역도 있었고, 설탕은 거의 왕실 전용이었습니다.
이렇게 살펴본 조선시대 음식 문화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당시의 신분제·경제 상황·계절 풍습이 고스란히 담긴 생활의 축소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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