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커피가 있었을까?
조선시대는 지금처럼 누구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시대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놀랍게도 조선 사람들 중 일부는 이미 '커피 비슷한 무언가'를 마시고 있었죠.
조선의 문헌에는 ‘커피’라는 단어가 없었는데요. 그 대신, ‘검고 쓰며, 정신이 맑아지는 물’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들어왔는지 하나씩 알아볼게요.
🧪 약 대신 마신 ‘기력 회복차’
당시 조선에 아직 진짜 커피가 들어오기 전, 사람들은 비슷한 목적으로 마시는 음료를 이미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게 바로 약차예요.
조선 사람들은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려고 차를 마신 게 아니었어요.
정신을 맑게 하거나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약처럼 마시는 차, 즉 ‘약차’가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었죠.
예를 들어, 쌍화차는 생강, 감초, 숙지황 등을 달여 만든 차예요.
피로할 때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정신이 또렷해진다고 여겨졌어요.
또 오미자차도 있었어요.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열매로 우린 차인데, 특히 쓴맛이 강해서
잠을 쫓고, 머리를 맑게 한다고 알려져 있었죠.
물론 지금의 커피처럼 카페인이 들어있는 건 아니었지만,
"정신 차리고 다시 집중!"할 때 마시는 음료라는 점에서 꽤 닮아 있었어요.
🛶 연행사, 낯선 음료를 만나다
조선은 청나라에 사신단을 주기적으로 보냈습니다. 그걸 ‘연행사(燕行使)’라고 부르죠.
연행사는 북경까지 가는 긴 여정 동안, 낯선 음식과 문물들을 접하게 되는데요.
그중엔 이런 기록도 있습니다.
“검고 진한 물을 대접받았는데, 맛은 쓰고 기이하다. 마신 뒤엔 잠이 오지 않는다.”
— 《연행록》 일부 사절의 기록에서 추정
학자들은 이걸 두고 아라비아 커피(카와, qahwa)를 청나라가 유럽에서 받아들인 뒤, 연행사들이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러니까, 조선의 일부 선비들은 18세기 무렵부터 이미 커피 비슷한 음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죠.
직접 마셨을 수도 있고, 그 기이한 효과에 대해 전해 들었을 수도 있겠죠.
👑 고종, 커피를 마시다
조선의 마지막 황제였던 고종은 커피를 꽤 좋아했던 사람이었어요.
1896년, 명성황후가 시해된 큰 사건이 벌어진 뒤, 고종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게 돼요.
그곳에서 처음으로 서양식 음료인 ‘커피’를 접하게 되죠.
처음 마셔본 커피는 쓰고 진했지만, 고종은 그 맛을 마음에 들어 했어요.
나중에 궁으로 돌아온 뒤에도 커피를 자주 마셨고, 심지어 덕수궁 안에 커피를 마시기 위한 전용 공간도 만들었어요.
그게 바로 지금도 남아 있는 정관헌(靜觀軒)이에요.
당시 사람들은 커피를 ‘가배(珈琲)’ 또는 ‘가배차(珈琲茶)’라고 불렀는데,
이건 일본에서 쓰던 커피의 한자 표기를 그대로 가져온 말이에요.
고종이 마신 커피는, 조선에서 본격적으로 커피가 퍼지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커피는 어떻게 퍼졌을까?
처음부터 모두가 커피를 마실 수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초기에는 고종처럼 서양 문물을 접할 수 있었던 상류층 사람들 사이에서만 즐길 수 있었죠.
그러다가 20세기 초, 지금의 서울인 경성에
‘다방’이라는 이름의 커피 전문점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그곳에선 외국인이나 양복 입은 조선의 상류층들이
커피를 마시며 정치 이야기, 문화 이야기를 나누곤 했죠.
대표적인 예가 손탁호텔 다방이에요.
이곳은 조선에서 가장 먼저 생긴 다방 중 하나로,
서양식 커피 문화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그렇게 커피는 궁궐 안에서만 마시던 음료에서,
점점 거리로 나와, 일반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 정리하면
그렇게 조선 사람들도 점차 커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처음엔 ‘무슨 쓰고 진한 이상한 물’ 같았겠지만,
나중엔 상류층의 음료가 되고, 결국엔 대중적인 일상 음료가 된 거죠.
지금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마시는 커피는,
사실 그렇게 조용히, 천천히 퍼져나간 거랍니다.
📚 참고 자료
- 윤은기, 「조선 후기 지식인의 커피 인식과 수용」, ≪다문화콘텐츠연구≫, 2021.
- 김정숙, 「한국 커피문화 형성과정에 대한 연구」, ≪관광학연구≫, 2005.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쌍화차', '오미자' 항목.
- 박제가, 『북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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