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왜 멸망했을까요?
지금 이 시대는, 로마가 무너질 무렵과 닮아 있진 않을까요?
로마.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제국이 떠오릅니다. 사방으로 뻗어나간 길, 웅장한 원형 경기장, 철저한 법률 체계, 그리고 막강한 군대. 그런 위대한 제국이 무너졌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정도죠.
그런데 이건 단번에 일어난 일이 아니었어요. 마치 거대한 나무가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안에서부터 썩어 들어가듯, 로마는 오래도록 서서히,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 서기 476년, 제국의 끝자락
사람들은 흔히 서기 476년을 로마 제국의 멸망 시점으로 기억하는데요. 그 해,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가 게르만족의 일파인 오도아케르에게 폐위당하면서 공식적으로 '로마 제국'의 이름은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을까요? 아뇨. 그건 그냥 마지막 장면에 불과했어요.
그 시점은 단지 끝일 뿐, 로마는 훨씬 전부터 안에서 썩어가고 있었어요.
물론 외부의 침입은 컸습니다. 대표적인 게 서고트족이 410년에 로마 시내를 약탈했던 사건이죠. 이건 로마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어요. 로마는 그전까지 수백 년 동안 외부 침입을 허락하지 않았거든요.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 "정말 이 제국이 무너질 수 있겠구나"라는 공포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게르만족은 로마를 쓰러뜨린 주범이 아니라, 마지막 불씨에 가까운데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로마는 안에서부터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 안에서 썩어가던 제국
1. 끊어진 정복 — 무너진 경제
로마는 한때 정복을 통해 막대한 부와 노예를 얻었어요. 전쟁이 돈이 되었던 시대였죠. 그런데 점점 정복할 땅이 사라졌고, 자연스럽게 노예 수급도 줄어들었어요. 노예가 사라지니 노동력이 부족했고, 생산은 줄고, 세금은 오르고, 빈부격차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또한 로마는 군인들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 계속해서 화폐를 찍어냈어요. 그 결과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죠. 돈은 넘치는데, 그 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맙니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일부 귀족과 대지주만 더 부자가 됐죠. 제국 전체가 극도로 불균형한 경제 구조에 갇히게 된 것입니다.
2. 군대의 변질
로마 초기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무기를 들고 나라를 지키러 나섰어요. 그들은 국가에 대한 책임과 소속감을 느끼며 싸웠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군대는 사라졌고, 돈을 받고 싸우는 용병들이 대체했어요. 그 용병들 중엔 로마인이 아닌 사람들도 많았고, 충성심도 낮았습니다.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돈을 위해 싸우는 군대가 된 거죠. 결국, 제국의 힘은 안에서부터 부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3. 정치는 혼란 그 자체
로마 후기의 정치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황제가 1~2년 단위로 바뀌고, 특히 3세기 이후 "군인 황제 시대"가 시작되면서, 황제들이 암살되거나 권력 다툼에 휘말리곤 했습니다. 어떤 해엔 1년에 황제가 4명이나 바뀐 적도 있었죠.
정치라는 게 나라를 이끄는 게 아니라, 권력을 잡기 위한 싸움터가 되고 말았습니다. 국가 전체의 안정보다, 당장 자기 세력을 키우는 데만 몰두한 결과죠.
당연히 백성들의 신뢰는 무너졌고, 법과 제도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됐습니다.
4. 시민 정신의 붕괴
'로마 시민'이라는 말은 한때 자부심이었어요. 하지만 로마 제국의 후기로 갈수록, 경제가 침체되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시민들은 점점 정치에 관심을 잃었죠. 황제들은 이런 민심을 달래기 위해 공짜 음식과 오락을 제공했는데, 이를 가리켜 사람들은 "빵과 서커스"라고 불렀습니다. 그 결과, 시민들의 정치적 의식은 점점 무뎌졌고, 국가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어진 채 눈앞의 즐거움만 몰두하게 되었어요.
🧩 로마는 왜 무너졌는가
게르만족 때문이었을까요? 용병 군대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물가 폭등 때문이었을까요? 황제들이 무능해서였을까요?
다 맞는 말이에요. 그리고 동시에 하나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로마는 오랜 시간에 걸쳐 조용히,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망해갔습니다. 겉보기에는 거대한 제국처럼 보였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쌓여진 내부의 구조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죠.
외부의 충격은 단지 마지막 방아쇠였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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